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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드라마로 탄생한 이유, 시점 및 질문들

by secretmoneyrecipe 2025. 4. 19.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실사화 드라마 포스터

게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이제 낯설지 않지만, 여전히 성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대와 우려 사이, 충성도 높은 팬층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시청자층의 공감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다로운 숙제를 거의 완벽하게 풀어낸 작품이 바로 HBO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입니다. 단순히 인기 게임을 영상화한 것이 아니라, ‘왜 지금 이 이야기를, 왜 드라마로 다시 해야 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정교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드라마라는 형식 속에서 어떤 새로운 감정과 메시지를 획득했는지를 중심으로 세 가지 시선에서 분석합니다. 게임 원작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그 틀을 넘어선 감정의 흐름과 서사의 확장을 살펴보며, 우리가 왜 이 이야기를 다시 보아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드라마로 탄생한 이유

① 서사형 게임의 대중화

게임 산업은 오랜 시간 시청각적 몰입에 집중해 왔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감정의 전이’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단순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이입되는 게임이었고, 그것은 곧 서사적 무게 중심의 전환을 상징했습니다. 이는 ‘드라마로도 충분히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냈습니다.

② 팬데믹 이후의 공감대

코로나19를 겪은 우리에게 ‘감염’은 단지 장르적 소재가 아니라, 실제 기억에 닿아 있는 사건입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는 과장된 판타지가 아니라, 사회적 격리와 공동체 붕괴, 심리적 외로움이라는 감각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게임 출시 당시에는 공포와 생존이 주요 감정이었다면, 드라마에 이르러서는 그 안에서의 관계와 상처가 전면에 배치됩니다.

③ 게임은 몰입, 드라마는 관찰

플레이어가 직접 행동하는 게임과 달리, 드라마는 인물의 표정, 말투, 침묵 속에 담긴 감정을 읽게 만듭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드라마로서 조엘의 눈빛, 엘리의 주저함,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통해 보다 입체적인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이는 몰입의 방식이 아닌 해석의 방식으로 감정에 접근하게 하며, 이야기의 여운을 더 깊게 남깁니다.

④ 제작자들의 자신감과 장르적 실험

드라마로 이식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원작의 감정적 본질을 보다 서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시도였습니다. 크레이그 매진과 닐 드럭만은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이야기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자’는 자신감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게임 팬과 비게임 시청자 모두를 아우르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점의 전환 

① 조엘의 선택을 바라보는 방식

게임에서는 조엘과 플레이어가 동일시되기 때문에, 그의 극단적인 선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조엘이 그저 ‘보는 대상’이 되면서, 그의 감정과 행동이 객관적으로 조명됩니다. 시청자는 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그가 저지르는 폭력과 거짓에 대해 더욱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② 엘리의 주체성 부각

엘리는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감정적 판단을 내리고 도덕적 선택을 고민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특히 감염자와의 대치 장면뿐만 아니라, 프랭크의 편지를 읽을 때, 친구를 떠나보낼 때 등에서 그녀의 표정과 말없는 반응이 그녀의 성장을 더욱 실감나게 만듭니다. 게임보다도 훨씬 더 명확하게, 엘리는 ‘스스로를 지키는 자’가 되어갑니다.

③ 정서적 거리에서 오는 윤리적 질문

조엘의 마지막 선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이유는, 플레이어가 아닌 관찰자로서의 시청자 위치 덕분입니다. 우리는 조엘의 거짓말이 사랑인지 이기심인지 판단하려 들게 되고, 이 질문은 도덕과 감정 사이의 간극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엘리가 진실을 알아차리는 순간에도, 우리는 조엘의 심정을 완전히 지지할 수 없게 됩니다.

④ 주변 인물들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균열

게임에서는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던 장면들이, 드라마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강조합니다. 형제를 잃은 사라, 리더의 폭력성에 휘둘리는 캐슬린, 그리고 조엘에게 마음을 여는 테스. 이들의 감정은 조엘과 엘리를 중심으로 확장되는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며, ‘이야기는 단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다층적 서사를 완성합니다.

게임보다 드라마에서 더 또렷해진 질문들

① 빌과 프랭크의 이야기 – 존재할 수 있는 사랑의 형태

이 에피소드는 드라마가 원작 게임에서 완전히 독립된 서사로 감정을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감염된 세계에서도 사랑은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폭력과 잔혹함으로 가득한 배경 속에서 오히려 더욱 빛났습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작고 조용한 공동체는, 드라마 전반의 긴장과 대비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② 살아남은 자들의 비극

감염자는 점점 드라마에서 배경으로 밀려나고, 진짜 공포는 인간 그 자체가 됩니다. 아이의 죽음을 복수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캐슬린, 신념 없이 폭력만 남은 생존자 무리들. 이들은 감염보다도 무서운 인간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그 속에서 조엘과 엘리는 생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③ 마지막 선택이 던지는 질문

엘리를 살리기 위해 조엘은 병원을 공격하고, 진실을 숨깁니다. 이 선택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우리는 그가 ‘사랑하기 때문에’ 한 선택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한 선택인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시청자는 그의 진심을 의심하게 되며, 엘리가 그 말을 믿는 장면은 오히려 더욱 슬픈 여운을 남깁니다.

④ 인간성과 윤리의 잔해 속에서

드라마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그것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지가 중심 질문입니다. 조엘은 사랑을 이유로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키고, 엘리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침묵을 선택합니다. 이 결말은 윤리와 감정,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이며, 시청자는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인지 아닌지조차 쉽게 말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모호함이야말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